오늘 점심먹고 식곤증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한 기사를 보고 예전에 선배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5nm 이하 미세 공정으로 들어오면서 SRAM의 누설 전류(Leakage Current) 수치가 도저히 잡히질 않아서 팀원들이랑 한참 토론을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거든요. 칩 사이즈는 줄여야겠고, 성능은 높여야 하는데, 가만히 있어도 전기를 잡아먹는 이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아, 진짜 비휘발성이면서 SRAM만큼 빠른 녀석 하나 제대로 터져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친 게 바로 MRAM(Magnetic RAM)이었다고 했는데,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차세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지만, 요즘처럼 AI와 저전력 에지 컴퓨팅이 절실한 시기에 이만큼 매력적인 대안도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메모리 기술의 한계와 그 구원투수로 꼽히는 MRAM에 대해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도대체 MRAM이 뭐길래? 자기장으로 데이터를 쓰는 혁신
MRAM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성체를 이용한 비휘발성 메모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DRAM이나 SRAM은 전하를 가두거나 흘리는 방식으로 0과 1을 구분하죠. 그런데 이게 미세화될수록 전하가 야금야금 새어 나가는 게 문제입니다. 반면 MRAM은 MTJ(Magnetic Tunnel Junction)라는 구조를 사용해요. 자성층의 스핀 방향이 평행하냐 반평행하냐에 따라 저항값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하는 겁니다. 전원이 꺼져도 자성 상태는 유지되니까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을 가지면서도, 동작 속도는 SRAM에 비견될 만큼 빠릅니다.

기존 메모리들과 비교해 보면 MRAM의 사기적인 스펙이 더 잘 보입니다. 플래시 메모리(NAND)는 비휘발성이지만 쓰기 속도가 처참하게 느리고 수명도 짧죠. DRAM은 빠르지만 일정 시간마다 데이터를 다시 채워주는 리프레시(Refresh) 동작이 필요해서 전력을 계속 소모합니다. 그런데 MRAM은 비휘발성이면서도 쓰기 횟수 제한이 거의 없고, 리프레시도 필요 없습니다. 말 그대로 기존 메모리들의 장점만 쏙쏙 뽑아 가려고 만든 녀석인 셈이죠. 현업에서 공정 라인을 짜다 보면 이런 특성이 얼마나 큰 설계 마진을 주는지 체감하게 됩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MRAM이 다시 튀어 올라왔을까
사실 MRAM 개념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야 다들 난리냐고요? 가장 큰 이유는 ‘스탠바이 전력(Standby Power)’의 공포 때문입니다. 요즘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들 보세요. 우리가 화면을 안 보고 있어도 내부 프로세서는 계속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SRAM이 차지하는 영역이 어마어마합니다.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SRAM이 차지하는 면적 대비 전력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거예요. 칩 전체 전력 소모의 상당 부분이 그냥 ‘대기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eMRAM(Embedded MRAM)이 등장합니다. 로직 반도체 안에 아예 MRAM을 박아버리는 거죠. 기존의 eFlash(내장형 플래시)는 28nm 이하 공정으로 내려가기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MRAM은 14nm, 7nm, 심지어 그 이하 로직 공정 프로세스와 호환성이 굉장히 좋습니다. 삼성전자나 TSMC 같은 파운드리 거물들이 eMRAM 라인업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동차용 MCU(마이크로컨트롤러)나 IoT 기기에서 전력 효율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MRAM 말고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 거죠. 특히 자율주행차처럼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중요하면서도 신뢰성이 높아야 하는 분야에서 MRAM의 빠른 반응 속도와 내구성은 대체 불가한 자산입니다.
넘어야 할 산과 앞으로 펼쳐질 ‘메모리 대격변’
물론 MRAM이 당장 내일 아침에 모든 DRAM을 갈아치울 거라는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생산 단가와 집적도예요. 자성 물질을 증착하고 식각하는 공정 자체가 일반적인 실리콘 공정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수율 잡기가 만만치 않다는 소리죠. 또한, 셀 크기를 DRAM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줄이는 데도 아직은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메인 메모리(Main Memory)보다는 캐시 메모리(L3 Cache 등)나 내장형 메모리 시장을 먼저 잠식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MRAM의 잠재력을 아주 높게 봅니다. 특히 AI 반도체(PIM, Processor-in-Memory) 분야와의 시너지가 기대되거든요. 데이터를 연산 장치와 메모리 사이에서 계속 주고받을 때 발생하는 ‘병목 현상’과 ‘에너지 손실’은 현재 AI 산업의 최대 고민거리입니다. 만약 MRAM이 로직 위에 직접 적층되거나 아주 가까이 배치되어 저전력으로 데이터를 유지해 준다면, 거대 언어 모델(LLM)을 스마트폰 안에서 돌리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훨씬 빨리 당겨질 겁니다. 현장에서 공정 데이터를 보며 씨름하는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 복잡한 MRAM 공정이 안정화되어 제 업무 수첩에서 ‘SRAM 누설 전류’라는 단어가 사라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 Insight Notes:
– MRAM은 단순한 속도 향상이 아닌 ‘전력 패러다임’의 전환: 비휘발성 특성을 통해 스탠바이 전력을 제로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입니다.
– 파운드리 미세 공정의 필수 파트너: 28nm 이하 공정에서 한계에 부딪힌 eFlash를 대체하며 웨어러블, 오토모티브 시장을 주도할 칩 제조의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 본 글은 4월15일 기준의 데이터와 개인적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나 재무적 조언이 아닙니다.